대한민국 양대 태극종주 중의 하나인 설악 태극종주를
5년 전 재수 끝에 완성하고 넘 힘들어 다시는 장거리 산행하지 않는다고 맹세했었는데,
작년 영남알프스 9봉 종주 후 다시 자신감을 얻어 나머지 지리 태극종주도 한 번은 해야 할 듯하고,
또한 연식 앞 숫자가 바뀌는 해를 기념하는 나름의 의미를 담아 지리산 태극종주에 도전합니다.
네 번에 걸쳐 끊어서는 약 90km의 전 구간을 걸어본 적이 있지만,
한 번에 이어서는 첫 도전으로 두려움과 설렘 가득 안고
두 달 반간의 산방 기간 휴식이 끝나고 지리가 열리는 5월의 첫 주말 황금연휴에
세 분의 멋진 산우들과 함께 지리의 태극문을 두드립니다.
그동안 수없이 지리를 찾았지만, 이번처럼 맑고 바람 없이 화창한 지리는 처음으로
축복받은 날씨와 이동에서 먹거리까지 감동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여태영 대장님과
나이스한님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가족같은 마음으로 응원 주신 천안토요산악회 회원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5월 5일 아침, 원래 계획은 대중교통을 이용 이동 예정이었으나,
때마침 고향 내려가시는 여대장님의 일정을 조정하시어
승용차편으로 곧바로 들머리인 덕산 사리마을로 편하게 이동합니다.
사리마을 가기 전 한 음식점에서 백반정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들머리로 이동하여 산행 준비를 하고 출발 인증샷도 찍고...
긴 연휴의 시작일이라 교통체증으로 계획시간보다는 1시간 정도 늦었지만.
40시간 이내 완주를 목표로 12:20분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 동남 능선 : 사리마을회관 ~ 밤머리재, 18km, 12:20~19:50(7.5시간)
첫 봉우리인 시무산을 오르는데 한낮의 뜨거운 햇빛으로 시작하자 마자 땀이 비 맞은 듯 쏟아집니다.
특히 벌목봉을 오르는 된비알은 눈길보다 더 미끄러운 낙엽이 발길을 더디게 하지만,
능선엔 초봄 지리의 선선한 바람이 땀을 식혀 주어 반가운 은방울꽃과 데이트 즐기며
여유 있게 걸어 밤머리재를 6시간 만에 도착합니다.
밤머리재에 도착하니 태닮사분들과 몇몇 팀이 먼저 도착하여 휴식하고 있었고,
우리도 예약한 닭백숙을 기다리며 배낭을 다시 정리하고 휴식도 취합니다.
백숙이 좀 늦게 나오고 주먹밥 준비도 늦어져 덕분에 1시간 반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금방 어두워져 헤드렌턴을 켜고 밤머리재를 떠납니다.
▶ 동부 능선 : 밤머리재 ~ 천왕봉, 20km, 19:50~04:50(9.0시간)
도토리봉 오르는 약 1km 된비알은 휴식의 힘으로 무리 없이 올랐는데,
비축한 체력이 금방 소진되었는지 그 이후 왕등재를 거쳐 청이당까지 15km의
오르내림이 연속되는 능선은 넘 지루하고 힘들었는데,
캄캄한 밤 볼거리도 없어 속도를 늦춰 짧게 자주 쉬고 꾸준히 앞만 보고 걷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구간 중 이 구간이 가장 힘들었네요~
청이당에서 물 보충하고 잠시 쉼 후, 천왕봉까지 5km를 천천히 오릅니다.
다행히 일행들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꾸준히 잘 따라와 줘 넘 고맙습니다.
▶ 주 능선 : 천왕봉 ~ 성삼재, 30km, 04:50~16:20(11.5시간)
거이 5시가 다되어 힘들게 천왕봉 정상에 도착하는데, 동쪽 하늘의 붉은 여명이 예술입니다.
이런 환상적인 여명은 생전 처음으로 산행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 버립니다.
거기에 금상첨화로 바람도 없어 정말 축복받은 날씨의 환상적인 천왕봉입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지리의 일출을 만날 수 있다는데, 이 무슨 횡재인지...
이 모두 함께 하신 분들의 후덕 덕분입니다.
약 20분을 정상에서 머물며 전세 내여 맘껏 인증샷 찍으며 즐기고 있는데,
왕등재 습지에서 추월한 태닮사팀들이 올라옵니다. 부탁하여 단체 사진도 담고...
마음 같아선 조금 더 기다려 멋진 일출을 맞이하고 내려가고 싶었으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천왕봉을 내려섭니다. 한 30분만 기다리면 되는데...ㅠ
재석봉을 지나오면서 아쉬움에 저의 눈길은 자꾸 천왕봉으로 뒤돌아 봅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주먹밥으로 간단히 요기하며 잠시 쉼 하고(약 30분),
금방 환해진 주능선을 다시 힘내여 속도를 높여 봅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일행 모두 졸린다는 분이 없다는 겁니다.
특별히 뭐 먹은 것도 없이 밤머리재에서 커피 한 잔 한 것뿐인데...
졸리면 잠시 쪽잠 자고 가기 위해 얇은 패딩도 준비했는데,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주능선 길가엔 군락으로 피어있는 '바람난 여인' 얼레지의 유혹에 자꾸만 발걸음이
더디기만 하고, 얼레지와 처녀치마의 유혹을 뿌리치며 세석대피소도 패스하고
속도를 높여 봅니다만, 일행 중 가장 체력이 좋은 브라보님의 발걸음이 자꾸 늦어집니다.
장터목에서 먹은 음식이 뭔가 잘 못되었나 봅니다.
속이 불편하니 뭔가를 전혀 먹을 수 없는 상황이고,
먹는 게 없으니 힘도 낼 수 없는 악순환이 된 듯~
선비샘에 도착하여 물을 보충하고 간식도 먹고 옷도 갈아입으며
약 30분쯤 휴식을 취합니다만,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아 자꾸만 뒤처집니다.
급기야 형제봉에서 브라보님은 연하천 대피소까지 천천히 걸어 컨디션을 보고
나아지면 뒤따라 오고 만약 회복이 되지 않으면 중탈 하기로 하고
우리는 페이스대로 먼저 길을 나서기로 합니다.
혼자 두고 가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전체 일정을 위해 아쉬운 결정을 합니다.
우리는 연하천 대피소에서 잠시 쉼 하고 길을 이어가고 있는데,
브라보님으로 부터 전화가 옵니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여 휴식하고 있는데,
회복이 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화개재에서 탈출하겠다 합니다.
하산하여 먼저 인월 마을 숙소로 가기로 하고, 우린 발걸음을 계속 재촉합니다.
그런데 이젠 도라에몽님의 발가락이 문제를 일으켜 속도를 낼 수가 없네요~
속도를 줄여 한참을 걷다 에너지바와 물을 마시며 잠시 쉬고 다시 기운 내어
어차피 가야 할 길, 여대장님께서 지원하기로 한 성삼재에 가서 많이 쉬기로 하고
고통을 참고 거이 산악마라톤 수준으로 달립니다. 대단한 철녀...ㅋ
15:30분쯤 성삼재에 도착하여 여대장님께 전화를 하니 17:00쯤 우리가 내려올 것 같아
지금 집에서 출발하는데 1시간 반쯤 걸린다고... 이런 황당한 일이...
할 수 없이 정령치에서 지원하기로 한 나이스한님과 함께
정령치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린 성산재 휴게소에서 잔치국수 한 그릇 하며
1시간가량 휴식한 뒤 16:30분에 성삼재를 출발합니다.
▶ 서북능선 : 성삼재 ~ 인월마을회관, 23km, 16:20~01:10(8시간 50분)
고리봉을 지나 만복대를 오르는데, 여대장님께서 만복대에서 내려오고 계십니다.
정령치에서 역으로 저희들을 마중 나온 거네요~ 감동입니다.
만복대에 올라 시원한 캔맥주를 원샷하고 함께 정령치로 하산합니다.
정령치에서는 나이스한님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걸쭉한 콩물과 햄버거로 배를 채우며 약 30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이제 마지막 남은 능선 약 14km를 이어갑니다.
작은 고리봉을 오르고 세걸산을 지나 바래봉으로 가는 길은 예전에 정기산행으로
걸어 본 길인데, 어두워서 그런지 모든 것이 생소하고 이렇게 오르내림이 심한
빨래판 길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몸이 치쳐 있으니 더 힘들게 느껴지나 봅니다. 그래도 정신줄은 꽉 붙잡고...
캄캄한 밤에 플래시 불빛에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바래봉 철쭉 군락지를 지나
밤 11시 조금 넘어 바래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제 남은 길은 약 5km, 빠르면 1시간 이내에도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만,
떨어진 체력에 길 또한 빨래판 길에 해발 1,150m인 석두봉을 거이 수직으로
하산하는 길은 멀고도 지루하기가 끝이 없는 정말 지겹고 징한 하산길입니다.
이렇게 새벽 1시 조금 넘어 드디어 날머리 인월마을회관에 도착하고,
마중 나온 나이스한님께서 준비한 하산주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축하를 받으며
긴 태극종주길을 마무리합니다. 곧바로 숙소인 근처 모텔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
족발과 맥주로 나름의 완주 축하 파티를 하고 잠시 눈을 붙입니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짐을 챙겨 정기산행팀 들머리인 백무동으로 이동하여
정산팀을 기다립니다. 원래 계획은 일행들은 나이스한님의 승용차로 올라가고
저는 남아 정산팀 지원을 하고 저녁에 함께 올라올 계획이었으나,
많이 피곤하기도 하고 정산팀 버스에 여유 좌석도 없어 그냥 산행 시작 전
인사만 하고 올라오기로 합니다. 정산팀이 산행을 시작하고
우리는 백무동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천안으로 올라왔습니다.
함께한 도라에몽, 산음, 브라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함께하여 가능한 종주길이었습니다.
특히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의리의 산꾼 여태영 대장님과 나이스 한 님 두 분의
감동 지원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언제 : 2022. 05. 05(12:20) ~ 05. 07(01:10)
* 소요시간 : 총 36시간 50분 (휴식 약 4.5시간 포함)
* 날씨 : 맑고 화창하고 바람 없음
* 거리 : 92.4km
* 동행 : 도라에몽, 산음, 브라보, 산엔달
* 코스 : 사리마을회관~시무산(403m)~수양봉(502m)~벌목봉(73m)~용무림산(793m)~마근담봉(926m)~큰들날봉~웅석봉(1,099m~밤머리재~도토리봉~왕등재습지~청이당~하봉~중봉(1,874m)~천왕봉(1,915m,블백11번째)~장터목대피소~세석대피소~선비샘~벽소령대피소~연하천대피소~삼도봉~노고단~성삼재~고리봉(1,248m)~만복대(1,438m)~정령치~세걸산(1,216m)~바래봉(1,165m,블백12번째)~덕두산(1,150m)~구인월마을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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