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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들 이등병 계급장 다는 날_20160804

by 산엔달 2016. 8. 5.

시작이 반이라고 하더니 그저께 훈련소에 입소한거 같은데, 벌써 5주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퇴소식하는 날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아들이 이 무더운 여름에 훈련을 받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 덥게만 느껴진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메달아 놓아도 돌아간다고 했던가~ 이런 염려속에 시간은 흘러 드뎌 퇴소식이다.


아침 일찍부터 시원한 물과 함께 과일을 챙겨 7시반쯤 집을 나서 9시반쯤 일산에 있는 신병교육대대에 도착했다.

지난번 입소식땐 좀 늦어 거이 꼴찌로 나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이번에 비교적 빨리 온 모양이다.

아침인데도 푹푹 찌는 날씨는 연병장을 뜨겁게 달구었고, 차에서 내리기가 무더울 정도다.


퇴소식에 참여했다고 소대별로 신고하니 오늘 일정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해 준다.

11시쯤 퇴소식이 있고, 오후 4시반까지 일산시내에 외출이 가능하고 등등

내무반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니 개인별 보급품에 대한 전시장이 있어 잠깐 둘러본다.

먹거리나 전투복 등 예전에 내가 군생활 할 때 보다는 정말 좋아진 것 같다. 하기야 30년이란 세월이 흘렸는데...

마지막엔 건빵도 시식할 수 있게 준비해 뒀다. 한참을 주워 먹었는데 별사탕도 있고 옛날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전시실을 나와 이번엔 PX로 가 봤다. 여긴 벌써 퇴소식에 참여한 가족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계산대 줄도 길게 늘어져 있고... 우리도 함께 마트를 둘어본다.

일반 사무용품 부터 생활용품,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등 식료품, 술, 그리고 의류까지 없는게 없다.

우리도 음료수와 치약, 비누, 닭가슴살캔 등을 샀다. 이건 아들 퇴소식에 온 것이 아니라 마트에 시장 보러 온듯 하다.

또 내무반을 볼 수 있었다는데 깜빡하고 둘어보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는 사이 퇴소식이 시작되는 11시가 다됐다. 소대별로 정리된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천막 아래로 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흐른다. 부채를 열심히 흔들어 보지만 소용없다. 더 덥다.

오히러 가만히 있는게 나을 듯~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더 시원하다.

이윽고 아들들의 기압 소리가 간간히 들리더니 오늘의 주인공들이 힘찬 구령과 함께 뛰어 나온다.

옆의 어떤 아주머니는 이 더운 날 왜 애들을 뛰게 하는냐며 안스러운 표정으로 불만을 표한다.


그러면서 각자 자기 아들을 찾기에 여념없다. 저기저기 있다며 가족들의 함성이 커져간다.

우리 아들은 연병장에 들어 와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똑같이 차려입는 그 많은 병사들 중에 그래도

자기 아들은 모두 잘 찾는다. 확실히 뭔가 땡기는게 있는가 보다.ㅋㅋ

몇 번 주고 받은 편지로 느낀 것이 먹는 거 외에는 특별한 힘듬을 느낄 수 없었지만,

워낙 더운 날씨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씩씩한 모습이다.


힘찬 구령과 함께 일사분란한 경례동작~ 하나가 된 듯한 구호 소리~

짧은 기간동안에 너무나 의젓하고 늠름한 대한민국 육군의 모습으로 변한 거 같아 등골에 전율이 찌르르 흐른다.

훈련생활 우수자에 대한 시상식, 훈련병 대표 소감문 발표, 부모님 대표 소감문 발표 등등 이어지는데

부모님 대표로 나선 어떤 아주머니의 말씀이 예상보다 길어진다. 날씨가 더운 탓이겠지만, 주옥같은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 아들들도 마찬가지일거라는 것이 그냥 느낌으로 전해 온다.


드디어 마지막 이등병 계급장 달아 주는 시간~ 부모님들이 직접 자기 아들에게로 가서 달아 주라고 한다.

모두들 달려 나간다.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서있는 아들이 안스럽기도 하지만, 넘넘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계급장을 달아주는 동안에는 꼼짝하지 말고 서있으라고 했단다. 계급장을 붙이고 뗐다 할 수 있어

나도 붙이고, 다이 떼서 이번엔 엄마가, 그러는 사이 아들 여자친구도 왔다.

짧은 인사를 하고 이번에 여자친구가 다시 계급장을 붙여 준다.

그러면서 인증샷도 찍고 하는데 우리 아들들은 마네킹 모양 꼼짝할 수 가 없단다.

움직이면 혼난단다. 찍은 사진을 보면 알수 있다. ㅋㅋ

한참후 호라기 소리가 울리더니 함성과 함께 베레모가 하늘을 날아 다닌다.


이제 오후 5시까지 외출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일산시내 고기집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아들은 족발이 먹고 싶단다. 일산 마두역 근처에 장충당이란 유명한 맛집이 있단다.

벌써 자기네끼리 시장조사를 다 한 모양이다. 먹고 싶은게 있으니 다행이다.

약20분이 걸려 음식점에 도착하니 페업한다는 메모가 걸려있다. 개뿔 맛집은 무슨 맛집...ㅋ

배가 고프니 근처 고깃집으로 가서 점심을... 근데 양이 많이 줄었다며 별로 먹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양이 준게 아니라 여자친구랑 놀 생각에 들떠 밥맛이 없는거다.


엄마 아빠보다는 여자친구와 더 함께 있고 싶을꺼라 이해는 되지만, 약간 서운하기도...

나중 4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우린 카메라 삼각대를 하나 살려고 홈플러스, 롯데백화점, 하이마트 등을

헤메고 다녔지만, 결국엔 사지 못하고... 그럭저럭 4시가 넘어 만나 다시 신병교육대로 들어왔다.

무사 귀대 신고와 사진도 찍으면서 우리는 이렇게 작별 인사를 한다.

더운 날씨에 멀리서 함께 해 준 아들 여자친구도 넘 감사하다. 훈련기간 거이 매일 편지도 보내주고...


아들은 내일 다시 경기도 가평에 있는 제3야전 수송 교육대대로 이동하여 다시 교육을 받는다.

몇 주가 될 지 아직은 모르지만,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교육후 그 이후에 자대 배치를 받게 된다.

더운 날 훈련소에서 잘 견뎌낸것 처럼 수송대에서도 건강하게 교육 잘 받고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래본다. 아들 화이팅이다. 홧팅!